해에게서 소년에게 -최남선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슨다, 무너버린다.
태산(泰山) 같은 높은 뫼에 짚채같은 바위돌이나
요것이 무어냐,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모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모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者)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디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콱.
처……ㄹ썩,텨……ㄹ썩,텩,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의 역시(亦是)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를 이 있건 오너랴
쳐……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쳐……ㄹ썩, 텨……ㄹ썩, 척, 쏴……아.
조그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쳐……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世上) 저 사람 모다 미우나,
그 중(中)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膽) 크고 순정(純情)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才弄)처럼, 귀(貴)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少年輩), 입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당시 사회나 최남선의 의도에 맞추어서 이 시를 해석하자면 이 시는 바다라는 개화의 문물이 들어오는 공간과 하늘이라는 순수 공간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설정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비되는 땅이라는 공간의 바윗돌, 태산 같은 자연물이나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정적 존재로서 변화하여야 할 조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소년’은 앞으로 개화를 이끌어갈 존재로서 바다라는 개화의 문물이 들어오는 공간이 사랑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해석은 문학사적인 해석이다. 그런데 이 시를 ‘시적’으로 ‘문학적’으로 읽는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까? 왜 바다는 소년을 좋아하는 것인지를 내재적으로 생각해보자.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첫 번째 단계는 시에 있는 정보로만 시를 해석하는 내재적인 접근법이다.
왜 바다는 소년을 좋아한다고 시인은 생각하게 되었을까. 바다는 어부가 아니라, 고관대작이 아니라, 딱히 ‘소년’을 좋아한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름이 되면 옛날이나 요즘이나 피서를 간다. 물론 옛날에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가지는 못했으나, 식민지 시기에도 바다는 분명 좋은 피서지였을 것이다. 그러면, 피서지로서의 바다를 상상해보자. 바다를 가장 좋아하는 아이들, 강아지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 때 우리는 바다에서 뛰노는 소년들(이 당시 ‘소년’이라는 단어는 소녀와 소년을 함께 지칭하는 어휘였다.)과 부드럽게 파도치는 바다를 상상할 수 있다. 이를 시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바다가 소년을 좋아한다라고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부들은 궂은 날이나 비오는 날에도 바다에 나가고, 실연한 어른들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 바다와 어울리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풍경은 언제나 잔잔한 바다와 맑게 빛나는 햇살 아래일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바다가 잔잔할 때만, 소년들이 바다 곁에서 뛰어노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적인 상상력과 결합하면, ‘바다가 잔잔할 때만, 소년들이 바다 곁에서 뛰어논다’에서 ‘바다는 소년들을 사랑하기에 소년들이 바다 곁에 뛰어놀 때는 바다가 잔잔하구나’라는 시적인 관찰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시적 발상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읽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해에게서 어부에게’ ‘해에게서 할아버지에게’가 이상한 이유를 이제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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