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야의 결혼 (2006, Tuya's Marriage / 圖雅的婚事)
* 간만에 강추작입니다!!
영어 속담에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개도 사랑해줘. (love me, love my dog)"이라는 말이 있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도 사랑해주길 바란다는 뜻인데, 만약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에 배우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올해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인 왕취엔안 감독의 영화 <투야의 결혼>에서 주인공 투야(위난)는 이런 조건을 내걸고 새로운 결혼 상대자를 물색한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남편 바터와 두 아이를 위해 낙타를 타고 초원을 가르며 양도 치고, 멀고 먼 우물까지 매일 두세번씩 물을 길어 날라야 하는 투야는 씩씩하게 가족을 부양해 왔지만 척추에 무리가 와서 더 이상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정을 받는다. 합의이혼을 한 뒤에 새로운 남편감을 물색하는 그녀가 내세운 유일한 조건은 자신의 전남편 바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야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남성들이 구혼을 하지만 바터의 존재가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과연 그녀는 행복하게 새로운 결혼에 이를 수 있을까?
여러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수많은 자녀를 둔 남성에 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신문 기사에 오르내리곤 한다. 그러한 일부다처형태의 가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종교적 전통과 사회적 인식 그리고 경제적인 부이지만, 일처다부의 가족은 그 반대의 이유로 좀체로 성립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투야는 서류상 이혼한 여성이기때문에 법적으로 일처다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으로는 두 명의 남편과 한 명의 아내로 이루어진 가족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아도 잠깐 앉아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가족구성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처럼 영화 속 ‘투야의 결혼’은 녹록치가 않다. 구혼자들은 투야를 설득하려 하거나 전남편을 요양원에 보내버리려고 하는 등 계약조건을 자꾸 바꾸려고 한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다정한 이웃 썬거가 남편이 되기를 자처했을 때에도 투야의 아들 짜야는 아버지가 둘이라는 놀림을 이겨내야 하고, 두 남편들은 편치 않은 속내를 드러내며 다툼을 벌이고 만다.
내몽고의 초원과 농촌 부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투야의 결혼계획은 <아내가 결혼했다>의 아내처럼 쿨하고 전복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과 가족에 대한 책임이라는 매우 전통적인 감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투야의 선택은 남편이라는 존재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부장에서 부양해야할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바꿈하도록 하고, 일대일의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환영 속에서 폐쇄적인 관계로 구축된 ‘가족’의 의미를 현실적이고 개방적인 것으로 전환시킨다. 영화 속 그녀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어떠한 이론보다도 전복적으로 사회의 규약을 바꾸는 것은 우리를 압박하는 현실, 실재의 힘 그 자체가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 작품은 하나의 가족을 발생하게 하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둘러싼 사랑이라는 실체없는 감정놀음이나 낭만적인 이데올로기들을 모두 걷어내고 그 속에 깔려있는 경제적인 의미와 성적 계약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 영화의 많지 않은 대사에는 결혼과 관계에 관한 톡 쏘는 일침이 들어있고, 투박한 행동 속에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도 단순하고 정갈한 서사가 주는 재미가 있다.
투야의 결혼 (2006, Tuya's Marriage / 圖雅的婚事)
배급사 : 스폰지 / 수입사 : 스폰지, 씨네클릭 아시아, 팬텀
감독 왕 취엔안 배우 위 난 / 바터 장르 드라마 등급 미상 시간 96 분
개봉 200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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