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보수 언론은 최씨의 자살 원인을 ‘악플’이라 단정하고 있다. 안재환 씨와 결부된 최씨에 대한 소문이 만들어진 곳은 온라인이 아니라, 평소에도 온갖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만드는 증권가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들은 그렇게 몰고 가고 있다.
자살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의 하나는 자살(기도)자의 심리적 동기를 객관적인 사회적 언어로 재구성(프로파일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복합적인 인격을 가진 현대의 인간은 단 한 개의 명쾌한 동기나 원인 때문에 자살하지 않는다. 스스로도 모호하고 절망적인 상태에서, 복잡한 이유가 중첩되고 또 그 이유가 반복적으로 자아를 파괴시켜 온 상황에서 자살을 선택한다. 어떤 경우 자살은 충동적으로 선택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그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다만 우리가 가진 상식에 비추어 어떤 행위의 동기를 사후적으로만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과학적으로는 급ㆍ만성 우울증과 조울증과 자살행동의 관계에 대한 생화학적ㆍ통계적 상관성이 밝혀져 있을 뿐이다.
사회(학)적으로는, 통계적 필요와 ‘예방’을 위한 활동 때문에 자살자의 동기를 분류하고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타인의 자살(기도)에 대해 조금이라도 구체적이고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쉽게 그 원인과 동기를 단정하는 것은 자살(기도)이라는 실존적 행위에 대한 모욕이며, 자살(기도)자에 대한 예의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관련된 정황을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견지에서 그들은 최진실 씨의 죽음을 모독하고 있다.
물론 타인에 의한 모욕과 자살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동서고금에서 자살은 견디기 어려운 모욕을 씻는 방법으로 널리 선택되어 왔다. 또한 모욕은 공격당하는 자아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 자아존중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 자아존중감의 약화는 자살의 근저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인신공격은 그 자체로 위험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다.
전여옥이라는 국회의원이 최진실 씨가 죽고 난 뒤에 악성댓글이 죽음의 원인이라 단정하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 싶다"며 "각박한 세상에 우리에게 꿈과 용기를 그리고 즐거움을 주었던 이들이 이렇게 바쁘게 이 세상을 떠나게 만든 것은 말입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한다. 싸움닭처럼 남을 공격하는 데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던 이 국회의원 자신이 네티즌들한테 항상 심한 공격을 받아왔다. 밖에 보이는 것과 통상의 감각으로 그녀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듯’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도 쏟아지는 욕들 앞에서는 힘들었을 것이다. 악플 받는 어려움을 진정 이해한다면, '우리 모두의'를 운운하지말고 이번 기회에 그녀가 그동안 자신이 타인들에게 해왔던 공격들을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최진실법>은 전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법리적으로도 전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진심으로 악의를 가진 ‘안티팬’으로부터 연예인들을 보호하고, 스토커나 페니스 파시스트들에게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한나라당은 어떤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좌빨’ ‘친북’ ‘좌파’ ‘좀비’ ‘절라도’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문화도 함께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까?
한나라당은 원하는 것은 오로지 대통령을 쥐에 비유하고, ‘조선’에 ㅅ받침을 첨가하여 부르는 식의 인터넷 문화가 사라지는 것일 테다. 그런 문화는 잘못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인터넷 문화는 우리 민주주의의 기초이다.
한편, 그런 인터넷정치 문화와 연예인 누군가의 용모, 행동, 언행을 인신공격하는 사적인 ‘배설’이 같은 차원의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은 이런 것들을 구분할 능력과 의사가 없다고 보인다. 누가 악플러이며, 어떤 것이 악플인지? ‘모욕’의 상대성ㆍ주관성의 문제를 누가 판단할 수 있는지? 기초적인 법리조차 처음부터 토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10대에서 70대 노인까지 전세대에 걸쳐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소위 ‘민주정부’ 약 10년 간 달성된 것이라는 점. 이 사이에 한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IMF가 있었고,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비정규직은 늘어났다. 한마디로 개인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사람들은 더욱 외로워졌다. 한국에서 어린이건 노인이건, 누구나 살기 어렵다. 누구나 팍팍한 삶을 살기 때문에 자살률이 높다. 그리고 팍팍한 삶을 살기 때문에 여리고 약한 희생양을 찾아낸다. 만약 자살률이 해당 사회 성원의 행복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지난 10년 간의 소위 민주정부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자살률이 무려 2배로 높아졌다. 그들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복속된 개인들의 행복을 전혀 증진시켜 주지 못했다. 과연 이명박 정권은 어떨까? 입만 아플 것 같다.
[출처] 최진실 씨의 경우2) - '최진실법'|작성자 마포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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